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머릿속 그림을 말로 옮긴다

말이 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. 혼자 브레인스토밍 틀로 핵심을 한 문장으로 추리고, AI에게 질문을 시켜 구멍을 메운 뒤, 기능의 말을 문제의 말로 바꾸는 법.

8분2026-08-22 갱신

앞 글 머릿속 그림을 키운다에서 그림은 커졌습니다. 네 줄짜리 메모도 생겼습니다. 이 글에서는 그 그림을 AI에게 건넬 수 있는 형태인 "말"로 바꾸고, 완성된 한 문장과 문답 기록은 다음 글 GitHub에 생각을 적는다에서 리포지토리에 넣습니다.

하지만 이 단계의 그림은 아직 머릿속 영상입니다. 영상은 AI에게 못 건넵니다. 건넬 수 있는 형태 — 말 — 로 바꾸는 게 이 글의 일입니다.

머릿속에 있는 동안은 없는 것과 같다

냉정하게 말하겠습니다.

말이 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세상 입장에서 없는 것과 같습니다.

"머릿속에서는 완벽한데 설명하려고 하면 얄팍해진다"는 경험, 누구나 있습니다. 설명이 서툰 게 아닙니다. 머릿속에 있던 게 사실은 완벽한 설계가 아니라 "완벽한 기분"이었던 겁니다.

말로 옮기는 작업은 이 기분을 설계로 바꾸는 일입니다. 적어 보고 나서야 "어라, 여기 아무 생각도 안 했었네" 하는 구멍이 발견됩니다. 구멍이 나오는 건 실패가 아니라 이 작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.

혼자 브레인스토밍 하는 틀

갑자기 정돈된 문장을 쓰려고 하지 마세요. 순서가 있습니다.

1. 전부 꺼낸다 (15분)

떠오르는 대로, 질은 따지지 말고 마구 적습니다. 기능, 화면, 불안, 바람, 뒤죽박죽이어도 상관없습니다. "검색되면 좋겠다", "어두운 톤 디자인", "폰으로 보고 싶다", "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다" — 50개를 목표로 해 보세요.

2. 나눈다 (10분)

꺼낸 걸 세 더미로 나눕니다.

  • 핵심 — 이게 없으면 애초에 만들 이유가 없는 것
  • 장식 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굴러가는 것
  • 불안 — 아이디어가 아니라 걱정거리 ("돈 들 것 같다" 등)

3. 핵심만 남긴다 (5분)

핵심 더미를 보고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. "이건, ◯◯한 사람이, ◯◯하기 위한 것이다."

장식 더미는 버리지 않습니다. 나중에 Issue(GitHub에 생각을 적는다)의 재료가 됩니다. 불안 더미는 AI에게 던질 질문 목록이 됩니다.

AI를 생각 던져 볼 상대로 쓴다

혼자 브레인스토밍에는 한계가 있습니다. 자기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밖에 안 나오니까요. 그래서 이 단계부터 AI를 씁니다.

단, 만들게 하는 게 아닙니다. 질문하게 하는 겁니다.

Claude Code든 대화형 AI든 이렇게 던져 보세요.

"◯◯라는 걸 만들고 싶어. 구현 얘기는 아직 안 해도 돼. 이 아이디어의 애매한 부분을 질문으로 짚어 줘. 질문은 하나씩."

그러면 이런 게 날아옵니다.

  • "올릴 수 있는 건 사진뿐인가요? 영상은요?"
  • "다른 사람 게시물에 댓글을 달 수 있나요? 달 수 있다면 분위기가 험해졌을 때 누가 대처하나요?"
  • "'전 세계 팬'이라고 하셨는데, 첫 10명은 어디서 오나요?"

답 못 하는 질문이 바로 여러분의 구멍입니다. 그 자리에서 생각해서 답하세요. 답한 내용이 그대로 설계가 됩니다.

30분쯤 하면 "더는 질문이 안 나온다"는 상태가 됩니다. 거기가 이 글의 목표 지점입니다.

"만들고 싶은 것"을 "풀고 싶은 문제"로 바꾼다

마무리로 변환을 하나 겁니다. 적어 놓은 한 문장을 기능의 말에서 문제의 말로 다시 쓰는 겁니다.

기능의 말 (약하다)문제의 말 (강하다)
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SNS에 올린 작품 사진이 3일이면 타임라인에 묻혀 사라진다
검색 되는 메모 앱읽은 책의 인용을 모으고는 있는데 정작 필요할 때 못 찾는다
가계부 앱월말마다 "어디 썼는지 모르는 돈"이 꼭 있다

왜 문제의 말이 강할까요. 기능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. "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"라고 지정하면 AI는 그걸 만듭니다. "묻혀서 사라지는 게 문제다"라고 전하면 AI는 게시 사이트 말고 다른 해법도 제안할 수 있습니다. 여러분이 떠올리지 못한 더 좋은 형태일지도 모릅니다.

수단은 AI에게 맡겨도 됩니다. 문제만은 여러분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.

좋은 질문을 세우는 법

이 "문제에서 시작한다"는 사고방식에는 밑바탕이 있습니다. 컨설팅 업계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『이슈에서 시작하라』의 주장 — "풀 가치가 있는 문제를 가려내는 것이, 푸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보다 백 배 중요하다" — 은 바이브 코딩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.

AI가 등장하면서 "푸는" 비용은 극적으로 내려갔습니다. 그 말은 가치의 차이가 생기는 지점이 "무엇을 풀 것인가"로 전부 옮겨 갔다는 뜻입니다. 질문이 좋으면 평범한 구현이라도 통합니다. 질문이 나쁘면 완벽한 구현이라도 아무도 안 씁니다.

해 보기

세 단계입니다.

  1. 혼자 브레인스토밍 틀(전부 꺼낸다 → 나눈다 → 핵심만 남긴다)을 30분 돌린다
  2. AI에게 "질문으로 애매한 부분을 짚어 줘"라고 던지고, 질문이 다할 때까지 답한다
  3.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"문제의 말"로 다시 쓴다

완성된 한 문장과 AI와의 문답 기록. 이게 다음 글에서 GitHub에 적어 넣을 원고가 됩니다.

다음 글: GitHub에 생각을 적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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